노인성 폐렴 - 먼저 호흡기 무증상으로 올 수도 있다
29번 확진환자가 80대 노인이던데...
무증상 폐렴이라 화제가 되는 모양입니다.
신정에 차례 - 라고 쓰고 식구들 얼굴보는거죠 - 잘 지내고 이튿날... 일하는데 전화를 한통 받게 됩니다.
'아버지가 119로 응급실로 가고 있다'
84세인데 고혈압, 당뇨 약간 있지만 매일 1회 외출정도 하시는 그럭저럭 잘 유지하는 상태였는데 그날 집으로 귀가하던 중 버스정류장에서 주저 앉아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걸 옆에 동네 분들이 발견하여 119에 신고를 하였던 겁니다.
제가 직장이 병원[의사아님]이라 그럼 우리병원으로 모시면 안될까 했는데 119 원칙이 제일 가까운 응급실로 가는 거라 모 병원으로 향하는 중이라 하더군요.
그래서 중간에 일 끊고 반차내고 모 병원으로 가려는 찰라 또 연락을 받습니다. '모 병원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 우리병원으로 가는 중이다'
잠시 응급실 앞에서 기다리니 119가 아버지를 모시고 도착하였습니다. 개인적으로 119를 이용하는게 장모님 일과성 뇌졸중 왔을떄, 장인 요로결석때에 이어 3번쨰쯤 되는 것 같네요. 모두 너무 친절하시고 프로페셔널하고 감사할 따름!
응급실 접수하고 검사 들어갑니다.
뭐 독감백신 4가도 맞았고 전에 폐렴구균 등 맞을 수 있는 백신은 다 맞은 상태...
X선... 별거 안나옴.
혈액검사, 뇨검사 별거 안나옴. 독감은 검사결과로 배제됨. 다만 염증수치는 조금 있는거 같다고...
단서를 찾고 가능한 원인을 하나하나 배제해나가면서 찾는거죠.
그리고 수액들어가니까 화장실 자주 가는데 옆에서 부축(?!) 거의 안해도 될 정도로 아까 뭔 문제가 있었을까 모르겠는 정도...
마지막으로 MDCT를 찍었더니 오른쪽 폐에 염증이 발견됩니다.
2년전에는 독감 후 왼쪽폐렴으로 한달쯤 치료받고 나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반대쪽에 생긴거지요.
특이한게 기침 가래 이런거 전혀 없었습니다. 체온만 약간 높고 오한을 호소...
주요 증상이 [직접 목격하지 못했지만] 버스정류장에서 몸을 못가누는 것이었지요.
그래서 입원...
2년전에도 간호간병통합 병동으로 입원했었기 떄문에 이번에도 입원수속하는데 어디로 입원하시겠냐고 해서 간호간병통합으로 입원했습니다. 그리고
여기서 잠깐...
일반병실: 보호자가 꼭 있는 것이 기본. 환자가 거의 멀쩡(?!)하여 자기 앞가림 할 수 있는 경우는 예외.
가족이 보호자로 같이 못있는다면 간병인을 붙여야 함. 간병비는 시세인데 환자 상태와 지역에 따라 조금 다름.
현재 대충 하루 10만원 내외 정도로 각오하는 것이...
통합간병서비스: 병원과 연계된 간병업체에서 병실 전체에 1-2인의 간병인이 교대근무를 하며 병실 전체 환자를 간병.
개인간병인을 구하는 것에 비해서는 저렴하며 간병인 고르는 부담이 없고 간병인 수준이 어느정도 병원을 통해 관리됨.
간호간병통합서비스: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병원 인력이 주로 call에 의해 환자 간병을 하는 시스템.
간병비 부담은 제일 적으나 이래저래 자기 앞가림(화장실과 식사) 정도는 가능한 환자들이 주 대상이 됨.
이 경우 일반 면회는 제한됨. 보호자도 같이 있을 수 없는 것이 원칙.
그런데 입원 첫날과 마지막날은 간호간병통합이라도 보호자 동반이 가능하더군요.
암튼 그래서 첫날밤 병세 파악도 할 겸 비몽사몽 새우잠 자면서 지켜보았느데...응급실에선 괜찮았는데 밤에 아마도 버스정류장에서와 같이 소변을 보려는데 똑바로 일어서지 못하는 걸 겪게 되었습니다.
그리고 저녁때 입원 안내 받을때는 간호사와 농담 할 정도로 명료(?!)했었는데 새벽에 바이탈 재러 온 간호사보고는 '[조카손녀] 아무개가 웬일이냐? [그 옆에 저보구는] 아무개 애비도 왔구나?' 이렇게 멀쩡한 얼굴로 헛소리를 하시더군요. 이런걸 '섬망' 또는 '의식변화'라고 하는가 봅니다. 용어는 익숙한데 처음 눈앞에서 아는 사람으로부터 펼쳐질때 엄청 놀랍니다.
결국 고령자에 몸을 잘 못가누니 낙상고위험군이다... 저도 붙어서 계속 간병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안될뿐더러 간호간병통합이라지만 소변 지려서 [전립선 제거수술을 받은 병력이 있어 원래 절박뇨 이런거 좀 있는데 아프니까 더 심해짐] 여사님들 달려들어 바지 몇벌 갈아입고... 이래서 일단 소변줄 채우고 간호간병에서 통합간병으로 옮기게 됩니다.
그리고 나서야 기침하고 가래 나오고 이러더군요. 가래도 몇번인가 받아서 검사 돌리고... 결핵 이런건 아니라고 PCR까지 돌려서 확인하고 뭐 이러면서 항생제 주사 한 일주일 맞고 소변줄도 빼고 퇴원약으로 또 경구항생제 일주일치 받아 퇴원했습니다. 그 이후 섬망 이런것도 없어졌고 자세, 식욕 다 괜찮고... 다만 퇴원 후에도 기침은 계속되었었는데 약 다 먹을쯤 되니까 신기하게 기침도 사라지더군요.
지금은 또 마침 겨울에 코로나-19도 유행하는데다 병치레를 하고 나니 기력이 딸려서 거의 집에서만 계시지만 암튼 활동성 떨어진 것 외엔 그럭저럭 잘 지내고 계십니다.
그동안 열심히 벼락치기 검색해보니
http://sev.iseverance.com/health_info/disease_info/health_FAQ/view.asp?con_no=2035&page=79
http://ekjm.org/upload/kjm-79-4-346-2.pdf
이런식으로 이렇게 노인성 폐렴의 경우 한 쟝르를 따로 형성하고 있더군요.
대부분의 원인은 고령에 따른 연하능력저하 흡인성 폐렴
어르신들이 갑자기 이상할때는 뭐 의사선생님들이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무증상(비호흡기증상) 노인성 폐렴도 꼭 한번쯤 의심해보셔요.
치매 등과 헛갈리는 의식변화 같은거 보시고 너무 놀라지 마시구요.